양산뉴스파크 발행인 겸 대표이사 남성봉

 어느날 업무를 보기 위해 양산에서 울산으로 가기전 출발을 준비하면서 잠깐 고민되는 순간이 있었다. 약속은 12시까지였지만 시간이 2시간 이상 여유가 있어 "미리갈까 아니면 조금 천천히 갈까"하는 생각이었다.

 양산에서 울산으로 가려면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발시 1시간 남짓하면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언젠가 약속시간을 1시간 가량 남겨두고 울산을 가기 위해 급하게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숨 쉴틈 없이 바쁘게 움직인 탓에 정신도 없을 지경이었다. 오로지 약속시간에만 쫒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일을 처리하고 나니 몸살까지 났다.

 조금 일찍 천천히 가면 여유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다 고속도로보다 일반도로로 가도 될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겨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고속으로 쌩쌩달리는 도로에서 차량들과의 사고를 우려해 바짝 긴장한 채 운전해야 하는 신경전과 끝없이 펼쳐진 콘크리트 도로를 달려야 하는 삭막함을 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가는 일반도로의 주행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그동안 목적지만을 위해 항상 도로하나만 보며 경주하듯 달려야 했던 고속도로와는 달리 차량의 창문을 열고 느끼는 시원한 바람, 볼 수 없었던 푸르고 싱그러운 자연의 모습들이 새로웠다.

 그 이후로 왠만하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닌 내 속에 숨어있는 시간적 여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돌아보면 별로 바쁜 것도 아닌 일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급했던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없었던 것은 자신의 게으름과도 연계가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울산을 갔던 이 때도 게으름을 피우다 시간에 맞춰 목적지만을 향해 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느끼지 못했던 감상들이었다.

 여유가 만들어낸 새로운 깨달음에 감사했다. 물론 그날도 시간적 여유에 따른 것도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가진 역할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어떤 위기에 처해있다면 "이 순간만 벗어난다면 앞으로 열심히 부지런하게 살으리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이 위기만 벗어나면 불과 얼마가지 못한다. 군대를 제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나가면 어떤 일이라도 다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말년 병장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마음은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의 회귀본능에 따른 것인지, 게으름의 발동 때문인지는 몰라도 굳은 결심의 장기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많이 본다.

 이 때문에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법구경에 "녹은, 쇠에서 발생하지만 결국 녹이 그 쇠를 점점 갉아먹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자그만한 게으름이 결국 마음을 장악하고 그 사람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유로움'과 '게으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이 다른 것이다.  

 얼마전 한 인사로부터 전화한통을 받았다. 몇 년간 연락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무슨 일이 생겼나하는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고 보니 오는 6월 선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흔히 하는 '어장관리'를 위한 연락이었다.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이 다가왔다. 조금 불쾌하긴 했지만 그렇게 표시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그가 웃으며 "자주 연락을 못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발끈해 "자주 연락을 못한게 아니라 아예 연락한 적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나 역시 웃음 섞인 목소리로 반문했다.

 당황하던 그에게 난 "좋은 목표를 가진 것 같은데 힘내서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통화를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자신의 목표를 가진 이가 여유롭게 천천히 그 발걸음을 이어가지 않고 눈 앞에 일이 닥치자 급히 쉽게 처리하려는 그에게서 괘심함과 함께 딱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정신으로 다른 이에게 신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또 자신이 필요할 때 하는 통화하나로 다른이가 반가워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건지, 궁금했다. 그에게 느낀 건 한마디로 '쯧쯧'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오랜시간의 끈기가 필요하다. 그에게 신의를 쌓아야 하고 그러다 신뢰가 깊어질 때 쯤이면 상대의 마음을 나에게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단시간에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건방지고 자만이 넘치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자, 또는 사기꾼일 것이다.

 상대가 가진 소중한 마음을 이 처럼 게으르거나 건방진자가 가지기에는 너무 불합리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만과 욕심을 가진자는 어쩌다 운이 좋아 잘될 수도 있겠지만 그 것은 오래가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겐 시간에 쫒기는 게으름이 아닌 정신적인 여유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스릴 수 있는 현명하며 지혜롭고, 부지런함을 다듬는 마음의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