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저자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따뜻한 산문집을 한 번 소개드린다. 저자는 정호승(1950~)시인이다. 그는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을 하였고 경희대 국문과를 나와서,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등 수 많은 시집과 산문집 등을 발표했다.

 그의 글은 따스하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아 산책하듯이 그의 글은 진행한다. 잘못했다고 질책을 하지도 않는다. 위로의 언어로 우리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듯 용기를 준다.

 그의 글을 살펴본다.<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지 않는다'

 청춘시절에는 누구나 방황하게 된다.  방황은 어쩌면 청춘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내일을 위해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정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그 고민이 방황의 양상을 띠게 된다.

 방황하지 않는 청춘은 없다. 방황을 하고 방황이 끝나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언제까지 방황을 해야 하는 가이다.

 청춘의 시기가 지났는데도 방황하고 있다면 그 것은 인생의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청춘의 방황은 짧고 깊게 하는 것이 좋다.

 봄 날에 피는 꽃을 한번 보면 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지 않는다. 꽃을 피우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그대로 방황하지 않고 열심히 산다.  

 누가 보든 말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하늘을 향해 피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열매를 맺는다.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한 송이 꽃은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오직 꽃이기만 하면 된다. 그 것으로 충분하다. 한 사람의 존재 또한 그가 만일 진정한 인간이라면 온 세상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꽃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것이다. 무엇을 이루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피어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꽃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꽃은 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꽃은 자기를 버리지 않는다. 시들지언정 스스로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자신의 향기조차 의식하지 않고 겸손히 살아간다.

 제가 쓴 시 한 편을 보면서 내 인생의 '방황의 꽃'을 만나본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1972년 미국에서 출간된 트리나 폴러스의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은 수 많은 독자들이 읽고 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다. 

 1970년대에 저도 이 책을 읽었으며, 아직도 초판본을 지니고 있다. 이 동화에는 거대한 기둥을 향해 기어오르는 한 마리 애벌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애벌레는 먹고 자고 하는 일상적 삶 외에 보다 나은 삶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수 많은 동료 애벌레들이 향하는 기둥을 발견하고 그 곳을 기어오른다. 

 정상을 향해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면서 오직 위를 향해 기어오른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상에 다다라 그 기둥이 애벌레로 이루어진 경쟁의 기둥, 허상의 기둥이라는 것을 깨닫고 허망해한다.

 그러다가 다른 애벌레를 만나 죽음과 같은 고치의 삶을 살게 되고 결국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

 애벌레가 악착같이 '애벌레의 기둥'을 기어오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삶에 어떤 형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형식의 대열에 동참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치가 됨으로써 수 많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된 까닭은 삶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벌레는 "나도 나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함으로써 나비가 된 것이다. 만일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기둥의 정상에 머무르기만 했다면 나비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 어떤 형식과 정답이 있다고 여긴다. 좋은 부모한테 태어나 좋은 학교에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고, 남들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지니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다가, 결코 죽고 싶지는 않지만 큰 고통없이 죽기를 바라는 형식을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의식 안에는 고통의 상처와 좌절의 눈물은 없고 이기와 탐욕만 가득하다.

 인생에는 형식이 없다. 인생에 형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다.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될 뿐이다.

 기본적으로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인생에는 정답도 없다. 정답이 없다는 게 인생의 정답이다.

 물론 연습도 없다. 모든 것이 실제적 상황인 인생에는 녹화방송이 없고 모두 생방송이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살 수 없다. 순간순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방송사고'를 내게 된다.

 인생은 생방송, 있는 그대로 방영될 뿐이다. 편집하여 잘라낼 수가 없다. 하지만 목표한 대로 살지 못하더라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고, 있는 그대로 완성되는 것이다. 

 인생에 형식이 있다면 무형식의 형식이 있을 뿐이다. 인생은 형식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사는 게 곧 인생의 형식이다.

 [마치며]

 오늘 두 편의 산문과 시를 보았다. 현대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면서 정죄를 하는 시대이기 보다는,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과 글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현대의 삶은 치열하다. 특히 대한민국의 사회는 더욱 더 치열하다. 온통 서로 줄세우기로 바쁘다.

 학교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보살펴 주고 함께 가는 문화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내가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필기한 것도 안보여주고 어느 학원 다니는 지도 안 알려주는 각박한 세태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어떨까?, 여전히 사회는 조그마한 잘못도 용납이 안 되어,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부족한 인간들인지라 한시라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정호승 시인의 글을 읽으면 위로가 된다. 진정한 인간은 꽃과 같다. 꽃은 더 이뻐지려고 꾸밀 필요가 없고 남에게 봉사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꽃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모든 것을 다 하였다. 존재함,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 정답없는 세상살이지만, 따스함과 여유가 흐르는 세상, 이런 세상을 오늘 한 번 꿈꾸어 보련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과정(AH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남성봉 기자  nam6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