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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130)] '음식의 언어-댄 주래프스키'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양산뉴스파크 | 승인2022.05.15 23:16
 댄 주래프스키 저자의 '음식의 언어'.(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스탠퍼스대학의 언어학자인 저자가 펼치는 교양강의를 한 번 들어본다.

 그의 강의는 7만명 이상이 수강한 스탠퍼드의 최고 인기강의이며 문화사, 행동경제학, 심리학, 언어학을 넘나드는 지적향연을 펼친다.

 저자인 댄 주래프스키(1962~)는 스탠퍼드 대학의 언어학교수이자 계량 언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고, 2002년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우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음식의 언어를 통해 인류의 역사, 문화, 사회, 경제를 바라본다. 오늘은 그 내용 중 두 가지 정도 이야기 해보겠다.<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밀가루(flour)와 꽃(flower) 그리고 소금(salt)'

 밀가루와 소금은 오래 전부터 함께 쓰였으며, 물과 함께 태곳적부터 빵을 만드는 최소한의 재료였다. 그리고 공통으로 빵의 재료가 된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 두 가지 흰 가루는 가공되고 정제된 식품의 가장 오래된 사례에 해당한다.

 즉 수렵채집 사회에서 정착농경 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인류는 소금을 얻는 길을 새로이 찾아야했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 때에는 육류에서 충분한 소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하여 소금채굴과 천일염 제조라는 산업이 전 세계에서 발전했다. 또한 농경으로 이행했다는 것은 밀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석기 시대의 유물인 맷돌이 그 증거인데, 대영박물관에는 기원전 9000~9500년에 시리아에서 사용하던 맷돌이 소장되어 있다.

 밀가루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다. 노르만족 침략에 의해 들어온 엄청난 프랑스어휘가 앵글로색슨어를 풍부하게 만들었던 시기부터 출발해보자.

 빵은 중세 영국인의 식단에서 워낙 중심을 차지하는 식품이었기에 앵글로색슨족의 통치자를 지칭하는 말이 바로 '빵 보관자' hlaf-weard(loaf-keeper)였다.

 이 단어가 진화하여 현대에 'lord'가 되었다. 영어의 'lady'도 이와 비슷한데, '빵 반죽하는 사람' hlaf-dige(loaf-kneader)에서 나온 단어다.

 1066년 노르만족이 침략해온 뒤에, 새 지배계급이 쓰던 프랑스어가 앵글로색슨어 대신 쓰이기 시작하여 현대 영어에서도 쓰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pork', 'veal', 'mutton', 'beef', 'venison', 'bacon' 등이 고대 프랑스어에서 왔다. 그런데 규칙적으로 고기를 먹을 여유가 있는 것은 노르만인 군주들 뿐이었고 고기를 키우는 것은 앵글로색슨어를 쓰는 농노들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돼지에서 나온 고기에는 프랑스어인 pork를 쓰지만 동물 그 자체는 여전히 옛날식 앵글로색슨 단어인 pig를 쓴다. 

 소를 가리킬 때는 앵글로색슨 단어인 'cow', 'calf', 'ox'를 쓰지만, 그 고기는 프랑스어 출신인 'beef'와 'veal'이라 부른다.

 13세기부터는 영어에서 'flure', 'floure', 'flower', 'flour', 'flowre' 등의 단어가 나타났는데, 그 것은 '식물의 만개'를 뜻하는 프랑스어 단어 'fleur'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이 더 확장되어 '어떤 것의 최고의', '가장 바람직한', '가장 선별된 부분'을 가리킨다.  

 확장된 두 번째 의미는 현대 프랑스어에서 가장 고운 천일염을 가리킨다.

 희고 고운 밀가루로 만든 최초의 빵은 '팬더메인(payndemayn)' 또는 '팽드맹(paindemain)'이라 불렀다. 이는 거의 틀림없이 라틴어의 파니스 도미니쿠스(panis dominicus, 주의 빵)에서 나온 말일 것 같다.

 그 뒤 몇 백년 동안 흰빵의 선호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 가루를 거르는 채에 쓰이는 실크가 18세기에 중국에서 수입되어 밀가루를 더 곱고 하얗게 걸러낼 수 있었고 제분비용도 더 싸졌다.

 1800년 이후 갈색빵은 빈민이나 먹는 음식으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소금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또 다른 흰 가루인 소금은 모든 식품첨가물의 원조이다. 요리할 때 소금의 중요성은 영어에서 그 이름이 '소금'이 들어있는 음식이 엄청나게 많다는데서도 잘알 수 있다.

 '샐러드(salad)와 소스(sauce)'<프랑스어>, '슬로(slaw)'<독일어>, '살사(salsa)'<에스파냐어>, '살라미(salami)'와 '살루메(salume)'<이탈리아어> 이 모든 이름은 원래 라틴어 단어인 '살sal'에서 온 것으로, 본래는 모두 같은 내용을 의미했다.

 즉 '소금절임=salted'이라는 것이다.

 왜 단순한 양념 하나가 이토록 우리 언어의 모든 곳에 들어가 있을까?. 인류 사 전체에서 소금의 주요용도가 식품 저장용이었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사워크라우트로 만들면 겨우내 상하지 않는다. 소금에 절인 소시지, 살라미, 햄, 염장돼지고기, 염장생선은 오랫동안 상하지 않아서 군인들과 상인들이 유럽을 횡단하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다닐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그런데 1800년까지 저장이란 곧 염장이었고, 사람들에게 충분한 식품을 공급하려면 식품저장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다가 1790년 경, 과학적 기술적으로 주요한 발전 두 가지가 우수한 식품 저장법을 만들어냈다.

 첫째는 1790년께의 일로, 프랑스의 제과기술자 니콜라 아페르는 시럽을 조릴 일이 많았는데, 다른 음식을 유리병에 넣을 때도 끓이는 방법을 활용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는 병조림과 통조림 저장법을 발견한 것이다.

 둘째는, 냉장법의 발달이다. 19세기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발명되어 1880년대에 이르면 벌써 상업적 양조장에서 확산되었고, 1915년에는 육류포장 분야에 적용되었고, 20세기 중반 무렵에는 거의 모든 미국 가정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발명으로 소금은 이제 식품 저장용으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었다.

 날 것이든 조리된 것이든 통조림으로 만들거나 냉동할 수 있으니 소금은 이제 입맛을 내는 데만 필요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자라면서 짠 음식에 익숙해져버렸다. 내가 먹으면서 자란 유대식 음식, 훈제연어, 송어, 청어 등은 모두 염장되고 저장된 음식이다. 

 신선한 연어와 쇠고기, 또 다른 생선들이 모두 완벽하게 구하기 쉬운 여건에서도 우리는 그런 염장식품을 계속 먹는다.

 밀가루의 역사가 말해주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중세의 채는 성글어서 아무리 정제된 흰 밀가루라 해도 밀기울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부자들이 흰 밀가루를 먹더라도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밖에 없었다. 석제 맷돌이 금속제 롤러 제분기로 대체되고 나서는 밀기울과 배아가 완전히 제거되어, 현대의 흰 밀가루는 철저하게 정제되고 가장 불건강한 식품이 되었다.

 그러므로 'flour'와 'salt'의 언어학적 역사는 정제되고 염장된 식품을 향한 우리의 오랜 사랑을 상기시킨다.

 [마치며]

 오늘은 음식의 언어를 통한 인류의 문화를 한 번 보았다. 저자는 고대로부터의 음식언어들을 연구하면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역사를 풀어낸다. 

 프랑스어가 노르만인을 통해서 중세영어에 들어가 영어를 풍부하게 했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다.

 빵 보관자가 'Lord'가 되고, 빵 반죽자가 'Lady'가 된 것도 아주 재미있다. 프랑스어에서 온 'pork', 'flower', 'flour', 'beef'도 그렇다.

 언어도 인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유입으로 인해 기본바탕이 더 풍부해지고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 같다.

 소금은 이전에 귀한 존재였다. 봉급을 'salary'라 하는 것도 급여로 소금을 받아갔던 것에서 기인하듯 말이다. 

 'Sal'이 붙으면 소금과 관계된 것을 알게 된다.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의 짤츠부르크도 소금광산이 있어서 'Salzburg'인 것이다.

 가장 귀한 존재였던 소금과 밀가루, 이제는 현대인 건강의 가장 큰 적으로 변해버린 것이 아이러니하다.

 과거 귀족들이 먹던 음식이 가장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되었고, 천민들이 먹던 음식이 이제는 가장 건강식이 되었다.

 저자는 굉장히 박식함을 바탕으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음식의 언어를 이야기해 준다.

 스탠퍼드의 최고 인기강의를 책으로 보는 기회를 한 번 가져보시기 바란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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