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수양(蘇叔陽) 저자의 '중국책-中國冊(2)'.(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중국문화에 대한 책인 <중국책>의 두 번째 내용을 연이어 보도록 한다. 지난번 중국의 '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고 이번에는 '예술'이라는 창(窓)을 통해서 중국을 들여다본다.

 그동안 예술에 대해 여러번 이야기를 드렸었는데, 예술은 우리 일상에서 먹고사는 일과는 별로 연관이 없으며, 어느 정도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예술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 주고 창의성의 원천이며, 그 자체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번 내용을 본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중국예술을 아는 것은 곧 중국을 아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움이다. 일반적으로 고전예술은 시, 무용, 음악, 회화, 건축, 조각 등 여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예술이 언제 탄생했고, 어느 것이 먼저 생겨났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선후를 따진다면, '춤'이 최초로 시작되었고, 이어서 '음악'이 나왔으며, 그 뒤로 '회화', '건축', '조각'이 생겨나고 맨 마지막으로 '시'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무수한 문인과 예술가를 배출했다. 중국예술은 여섯 가지 분야에 걸쳐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자랑한다.

 중국예술은 중국인의 영혼이다. 중국의 예술, 중국의 미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안에 반영된 독특한 세계관을 파악하며 자연과 평화, 담백함과 활발함이 공존하는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예술을 아는 것은 곧 중국을 아는 것이다.

# '중국의 원시예술'

 원시예술은 미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추구 그리고 창조력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다. 모든 원시예술은 종교의식과 관련되며 세계에 대한 숭앙과 자연의 역량에 대한 경외, 환상에 대한 미혹이 한데 어울려 신비를 띤다.

 이 같은 신비감과 신성함은 예술에 내재된 영원한 매력이다. 그리고 예술은 일종의 봉헌이다. 예술가는 진정한 마음을 자신에게 봉헌하니 이로써 신성함과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교나 능력은 차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술은 인간의 상상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인류에게 상상력이 있었기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예술에서 상상력은 중요한 요소이다.

# '무용'

 1973년 칭하이성 다퉁현 손가채의 신석기묘혈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그려진 칠무늬 토기가 발견되었다. 지금으로부터 7000~8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데, 무용을 하면서 마음을 통하고 뜻을 주고받는 중인 듯하다.

 은상시대의 무용은 기원과 제사의식의 중요한 내용이었으며, 궁정무용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당나라 때는 궁정무용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 화려한 궁정무가 꽃피었다.

 중국무용은 '문무(文舞)'와 '무무(武舞)', '공수무(空手舞)'와 기계무'(器械舞)'로 나뉜다. 그 가운데 대다수가 손에 악기나 기타 소도구를 들고 춤추는 기무(器舞)로 도무, 검무, 곤봉무에서 탁월한 기예를 갖춘 이들이 배출되었다.

 오늘날 중국무용 예술은 발전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기존의 소재와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새롭고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전통무용을 계승해 발레와 같은 현대 무용 속에서 중국의 특색을 구현하기도 한다.

 중국의 무용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고금을 막론하고 가무를 즐기는 중국민족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 '음악'

 중국 고대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는지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출토된 유물과 전적을 통해 그 특색을 엿볼 수는 있다.

 장자이 유적지는 약 6000여 년전의 것인데, 이 곳에서 질로 구워서 만든 악기인 훈(壎) 세 개가 발견되었다. 

 불어보니 여섯 가지 음조가 확인되었다. 중국고대에 궁상각치우 다섯 음계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훈의 발견으로 기존의 학설이 깨졌다. 반음계인 변치가 나온 것이다.

 전국시대의 악기 가운데 하나인 편종이 후베이에서 거의 완전한 상태로 발굴되었다. 음악가에게 연주를 시켰더니 베토벤의 곡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편종으로 인해 서양의 경우 모차르트 시대에 발견된 12 평균율이 중국에서는 2000여 년 전 악기에 활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 현종은 1만명 이상의 악사와 무령을 직접 지휘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중국의 가무와 음악은 이렇듯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 '회화'

 중국회화는 헤아리기 어려운 성과를 남겼으며 그 이론, 기교, 풍격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양사오 문화권이나 칭하이 지역의 마자야요 문화권에서 출토된 칠무늬 토기에서는 다양한 동물 문양이 보인다. 물고기, 개, 청개구리, 도마뱀 등 신석기 시대 인류의 그림솜씨가 묻어난다.

 동물을 그대로 모사한 그림은 점차 추상적인 모양으로 변화했다. 위진시대의 회화는 주로 불교와 관련이 깊다. 당나라 회화는 인물이나 경물을 막론하고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원·명·청 대에는 문인화가 크게 유행했는데, 인물의 면면보다는 대상의 정신을 그려 내는 것을 강조해 심오하면서도 유원한 경계에 이르렀다.

 중국회화는 묵선을 위주로 해서 생동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며 시사, 서법, 인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계 회화사에 독특한 족적을 남겼다.

 중국 수묵화의 영향을 받아 서양미술가들도 서명 대신 낙관이나 화제를 남긴다. 중국 수묵화는 일본의 우키요에와 더불어 동양화풍의 주류를 이루며 서구의 유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 '건축'

 종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서양의 고전 건축물은 하늘높이 솟은 고층 단일건물이 적지 않다. 지상의 인류가 천상의 신을 추앙하는 마음과 신이 인간과 함께 한다는 신앙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건축은 천인합일과 천원지방의 관념이 고스란히 표현된 미학이다. 중국건축은 혼자 우뚝 솟은 고층 빌딩보다 자연환경이나 지평선과 어울리는 집체 건축물을 선호한다. 

 장엄하면서도 신비하며, 웅장하면서도 광막한 느낌을 주는 중국건축은 수법 면에서는 중국회화의 개념을 받아들여 특유의 운치를 자아낸다. 

# '조각'

 중국의 조각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출토된 문물에서 보듯 상, 주의 유물은 주로 조각에 해당한다. 진시황의 능묘 인근에서 출토된 병마용은 '세계 8대 기적'으로 꼽힐 만큼 방대하면서 예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윈강, 룽먼, 마이지산, 둔황 등지에는 여러 크기의 석굴이 남아 있으며 전진과 북위시절부터 조성된 불상과 벽화는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중국고대의 조각 중에는 종교적인 작품 이외에 제왕이나 귀족의 분묘에 순장하기 위해 만든 것도 있다.

 현대에도 조각예술을 발전시키려면 마땅히 서구의 조각예술과 교류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 '문학'

 중국문학의 역사는 실로 오래되었다. 일 할 때 부르는 노래나 제사 때 사용하는 축사 등이 암송되면서 점차 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대신화나 전설 역시 일종의 서사시로 중국문학의 원천이다.

 중국은 시의 나라답게 시인도 많고 작품도 많다. 중국의 시는 철학과 미학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독특한 시적 아름다움이 있으며, 표의 문자인 한자의 특성상 시어를 선택하고 자구를 다듬는 데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에 더욱 정미하다.

# '중국예술의 특징'

(1) 중국예술 작품은 도덕적 평가를 중시한다.

세속의 악습을 바로잡고 생활에 개입하는 역할을 한다.

(2)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기이한 상상력이 충만하다.

대부분 작품은 당시의 생활상이나 삶의 양식을 반영한다. 거기다가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져 작가의 이상을 표현한다.

(3)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예술과 적당한 거리를 둔다.

작가의 자아가 예술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밖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뜻이다. 중국예술을 감상할 때 이러한 소격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예술가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4)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단을 사용한다.

연극의 경우 관객이 작품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너무 빽빽하게 채워 놓는 것은 금기로 여겨지는데, 여백은 독자나 관객들이 보충할 부분이다.

(5) 사실의 재현보다는 작가의 표현을 중시한다.

특히 작가의 생활체험과 인지, 느낌을 중시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념을 표현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 중국예술의 어떤 작품이든 택해 감상해보자. 단순한 모습으로 천하의 기운을 드러내고, 화려한 형태에서 명료한 주제를 추상하는 중국미학의 대체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면 곧 중국의 핵심에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마치며]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술은 막연하게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해주고, 창조의 원천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중국을 알려면 본문에 나온 말처럼, "중국예술을 알아야, 중국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진리이다.

 무용, 회화, 음악, 건축, 조각, 문학을 파트별로 특징을 설명하였다. 음악에 대한 내용 중, 2000년 전에 만들어진 편종이라는 악기로 모차르트 시대의 12평균율을 실행하고,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말은 중국음악의 수준이 고대부터 상당히 뛰어났음을 알려준다.

 중국 수묵화의 영향으로 서양미술가들도 서명대신 낙관이나 화제를 남긴다고 하는데 실제 낙관이 찍힌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중국문학은 그 역사와, 양이 타 문화권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백과 두보가 활약했던 당나라 시기의 당시(唐詩)는 지금도 그 양과 질적수준이 엄청나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볼 때 동양인들, 특히 한·중·일 사람들을 구별하기 힘들 듯이 중국예술의 특징 5가지를 보면, 한국이나 일본의 미학을 설명할 때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제목을 한국, 일본예술의 특징이라고 써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예술이 그 만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세 나라의 유전적 성향, 자연환경, 문화적 뿌리가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가지 특징 중, 여백의 미, 연극에서도 관객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 두는 것, 또한 그림에서도 서양화처럼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많이 두는 것, 등이 동양문화의 강한 특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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