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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앎과 행함,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가르침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
남성봉 기자 | 승인2019.11.02 03:24
 전이섭 문화교육연구소田 소장.(사진제공=문화교육연구소田)

 얼마 전 책 한권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님으로부터 보내져온 '부산학, 길 위에서 만나다 8'이다.

 회장님 지인으로부터 "출판에 비용이 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약소한 금액을 계좌이체하고 난 얼마 후 선물로 받은 책이라 기쁨보다는 죄송함이 앞섰다.

 팔순을 넘긴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그간의 안부를 여쭙고, 감사함을 전하니 여전히 밝고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안녕을 전해오시며 후학의 앞날에도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수 년전, 부산에서 문화기획의 업무를 담당하며 만난 회장님과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프로그램 자문을 위해 찾았던 회장님 댁은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겨우 몸 하나 누일자리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계시던 학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자문을 구하는 청년의 질문에 반겨하시며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기쁜마음으로 하나하나 들려주시고, 보여주시던 후학에 대한 배려와 함께 시민들과의 강의에서 어설픈 앎으로  잘난 체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호통 치던 노익장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정보의 충실성과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발품팔아 사람들을 만나가며 향토사를 정립해가는 신뢰, 교직생활과의 결별 후 수십년 째 현장을 찾으며 연구와 기록을 하시고 결과물(글, 그림)을 공유(출판, 강의)하는 지속성과 실천력...,

 이런 모습들을 다시 되새겨보며 받아든 책은 단지 여러정보를 담은 텍스트로만 전해져오는 것이 아니라 진솔한 땀 내음, 사람 내음이 전해오기까지 한다.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회장님과의 인연을 회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어른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그동안 컸기 때문일 것이다.

 뒷짐지고 대접받기 원하는 어른들만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섬김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량의 모자람 때문에 느끼는 아쉬움일 것이다. 

 회장님의 아호는 '한우물(一井)'이다. 평생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 교육하며 민족의식을 깨우치고 얼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그 속에 모두 담긴 듯, 건강이 허락하는 한 솟아오르는 열정의 샘물이 마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온전히 담겨 있는 듯하다.

 그래서 보편적 세인들이 출세지향으로 학문을 이어온 것과는 달리 순탄치 않았을 삶의 애환도 가늠되어진다.

 일반적 지식은 우리에게 착각을 주기도 한다. 삶이 아니라 앎이 지식의 전체가 되어가고, 공부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다양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가며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는 궁리이며 실천인데도 현실은 정답만을 요구하고 가르친다.

 '왜' 보다는 '어떻게'로 소유와 방법을 먼저 배우게 된다.

 아울러 수 많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쏟아지는 피상적 앎들이 과연 자기 속에서 다양한 질문과 걸러짐 속에 자기화 되는 것인가?.

 그 앎들은 타인을 해치는 무기가 되고 타인 위에 군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누적되어 가는 것이 아닐는지, 근래의 세상사를 통해 생각이 복잡해진다.

 주관과 주체는 다르다.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 것은 옳지 않다'라고 하는 생각은 주관이고, 그 옳지 않음을 부정하면서 자기주장을 실천하는 것을 주체라고 하겠다.

 그 자기적 특질을 주체성이라 한다. 주체성은 자유로운 자기의지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육체와 정신을 토대로 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앎과 행함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은 지식과 행동의 일체를 넘어 존재론이자 만물의 이치를 설명하는 세계관으로 회장님의 열정적 모습은 내게 큰 가르침을 주셨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많은 가르침을 후학들에게 전해주시기를 소원한다.

 나는 아직 배움의 깊이가 얕고 생각의 폭이 좁아 세상살이를 다 이해 못한다. 한 권의 책을 접하며 앎의 의미와 실천에 대해 다시금 생각의 기회를 가져본다.

 지역사회에서 이런 앎을 찾아 가르침을 구하고 싶은 어른이 그립다. 함께 앎을 실천해 나갈 또래들과의 어울림도 절실히 그립다. 정말 많은 것들이 그리운 계절이다.


남성봉 기자  nam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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