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그동안 읽은 시(詩) 몇 편에 대한 감상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평소 조금씩 읽고 보아온 시 중 몇 편을 골라봤다. <해헌(海軒) 주>

<그 꽃>

-고 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야기 하나]

 고은 시인의 이 시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젊은 날 성공을 위해 생존을 위해 불철주야 달려온 인생에서 미처 보지못한 소중한 가치를 내려갈 때 비로소 보게 되는 이치..

 이제 거창한 목표나 꿈보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발밑의 꽃을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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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은자>

-고 계

물 건너 다시 물을 건너
꽃을 보며 또 꽃을 보며
봄바람 부는 강 언덕길을 오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 집에 다다랐네

그윽한 대나무 속에 홀로 앉아
거문고를 타다가 휘파람 부네
깊은 숲 속이라 인적 드물지만
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 비추네

젊은 나이는 얼마 가지를 않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늙어버렸으니
다만 목숨이 무궁하길 바라고
그대와 더불어 서로 의지하며 오래 살기를

 [이야기 둘]

 이번에는 한시 하나를 소개한다. '고계(高啓)'는 원말과 명초에 활동했던 시인인데, 일찍이 시문으로 이름 높았다 한다.

 물을 건너 꽃을 따라서 하염없이 가다보니 결국 다다른 곳은 님의 집이다. 무의식이 이끌고 또 이끌고, 그리운 마음이 꽃이 되어 꽃이 되어 그 발길을 님을 향하게 하였겠지.

 대나무 숲에 앉아 거문고를 타고 달빛이 비추이니 선계(仙界)가 따로 없다. 세월은 기다려주지를 않으니 단지 그대와 더불어 의지하며 살기를 소망하는 시인은 수 백년이 흘러도 사람들 마음에 흘러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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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춘우도>

-대희

빈산에 흠뻑 봄비 내리고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피었네
산중이라 피어도 보는 이 없어
혼자서 시냇물에 제 그림자 드리웠네

 [이야기 셋]

 봄비 내리는 인적없는 빈 산에서 화려하게 핀 봄꽃들과 함께 유유자적하는 시인이 마냥 부러운 아침이다.

 자연은 누구보는 이 없고 신경쓰는 이 없어도 스스로 잘도 피어서 그림자를 시냇물에 나마 드리우고 자기를 드러낸다.

 복숭아꽃 살구꽃처럼 절로 피어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인생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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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숫가 나무들 사이에 조그만
집 한 채
그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 연기가 없다면
집과 나무들과 호수가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이야기 넷]

 호숫가의 조그만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집과 나무와 호수의 조합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일진대, 비정형의 모습으로 올라가는 연기가 이 풍경의 화룡점정을 이룬다.

 다들 자기 인생의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들이 살아온 세월만큼 있을 것이고, 자기 그림의 맛을 살리는 포인트, 화룡점정의 그 무엇이 있으려는지?

 [마치며]

 시(詩)는 참 함축적이고, 짧지만 강하고 오래가는 여운을 남겨준다. 산행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홀로 핀 야생화를 만나는 여유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시 한편 만나는 것이 야생화를 만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한 살면서 주위에 선하고, 아름답고 배려심 깊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생은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한다.

 물론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모이게 할려면, 먼저 나부터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인생은 유유상종이니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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