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캐스팅 배우들.(사진제공=뉴쉐마연기학원)

 지난 2018년 1월 25일 tvN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캐스팅담당자가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전화의 요지는 인천 강화도에 있는 사찰 '정수사'에서 '나의 아저씨' 드라마 촬영을 해야 하는데 스님들 수발하는 '어린스님' 역을 섭외해야 하는데 문제는 머리의 삭발을 넘어 반질반질하게 면도기로 밀고 진짜 스님들처럼 해야 되기 때문에 아무도 출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촬영은 전화가 온 2일 뒤라 시급했고 그 때까지 배우를 못 구해 저자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다.

 저자는 서울이남에 거주하는 유명한 '땜빵 전문 캐스팅디렉터'라고 소문났기에 이 캐스팅담당자에게 "책임지고 구해주겠다"고 확답을 주며 미션수행에 임했다.

 일단 양산 뉴쉐마연기학원에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이런 상황이니까 좋은 기회라고 말하며 출연을 할 친구들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삭발을 해야 할 상황으로 인해 선뜻 출연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역배우들이 없었다.

 배우는 각자 맡은 배역에 따라서 외적내적 동일시를 위해 노력해야 하기에 '머리를 민머리로 밀거나, 파마를 하거나, 길게 붙이거나'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이 때 고교 3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소일 청소년 배우가 졸업앨범 사진촬영이 임박해 고민을 하고 있기에 부모님과 작전을 펼쳐 출연을 하게끔 설득을 했다.

 이 사실을 제작진에 통보하니 바로 캐스팅 확정이 되어 첫 촬영을 하러 인천 강화도 정수사 사찰로 오라는 기분좋은 출연합격의 답장을 받았다.

 기쁨도 잠시 출연을 하기로 한 김소일 군은 슬픈 마음으로 삭발을 위해 자택근처 미용실로 향했다. 눈물을 머금고 스님처럼 모든 잡념을 제거하듯이 머리를 삭발하고 대사를 외우며 촬영준비를 열심히 했다.

 이른 새벽, 가족의 차를 타고 김소일 군은 현장에 도착했고 연출감독과 모든 스텝들이 용기있게 머리를 삭발한 소일 군에게 "출연해줘서 고맙다"라는 칭찬으로 촬영을 마무리 했다.

 소일 군은 1회차 촬영분량에서 2회차로 늘어나 본방사수를 하며 아주 멋진 모습으로 출연했다.

 저자도 그 모습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 김소일 군과 같이 스님으로 출연했던 배우가 지금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주연으로 우뚝 선 배우 박해준이어서 더 감회가 새롭다.

 출연금액도 원래 금액보다 높게 책정해주며 땜빵에 대한 감사함을 제작진이 간접적으로 전해왔다. 기회를 잡으려고 애를쓰면 절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씩 이렇게 행운이 굴러들어올 때도 있는 것을 새삼 느낄수가 있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김소일 군은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삭발의 사진이 장식하게 됐다.

 가끔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를 볼 때 마다 소일 군의 장면이 나오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랑하는 제자 소일아! 군대 잘 다녀오고, 휴가 나오면 꼭 스승님 찾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