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법기리 고요지 복원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하고 있는 신정희요 신한균 사기장.(사진제공=신한균 사기장)

 양산 동면 법기리 고요지 복원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신정희요 신한균 사기장의 강의로 실시됐다.

 지난 11일 법기리 창기마을 다목적회관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교사출신의 박영봉 소설가와 주민, 복원추진위원, 시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법기리 가마는 부산 왜관이나 일본의 기록들에서 도자기 생산의 역사적 근거가 매우 뚜렷한 곳으로, 주로 일본에서 주문했던 도자기를 생산하면서 당시 만들어진 도자기의 대부분도 일본에 소장돼 있다.

 법기 고요지는 지난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 공포된 후 사적 100호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50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발굴 및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야산과 마을주변에서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사금파리(도자기 파편)'가 발견되기도 했다.

 신한균 사기장은 "16~17세기의 법기리 가마는 '창기사발'로 불리며 도자기를 생산한 곳으로, 이 가마는 임진왜란 이후인 1607년 동래부사가 일본과 무역을 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약 50~60년간 운영되다 폐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곳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사발, 대접, 접시 등이며 거의 일본으로 수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특히 다도를 중시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했던 사발을 주문받아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밝혔다.

동면 법기리 고요지 복원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하고 있는 신정희요 신한균 사기장.(사진제공=신한균 사기장)

 신 사기장은 "이 사실은 그때 당시의 '사발 주문서'와 일본으로 건너가 엄청난 대접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그들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발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인들은 100년을 넘게 자신들 유물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지난 2006년에는 노무라문화재단의 다니 아키라(谷晃) 학예부장(현 노무라미술관 관장)이 기획단계부터 발굴비용의 일부까지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신한균 사기장에게 전했고, 2007년 양산시의회를 찾아 의견교환을 통해 긍정적 검토의 내용이 일본 언론사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10여 년간 방치됐던 이 사업은 지난 2월 국비 3억100만원을 포함해 도비 4,500만원, 시비 8,300만원 등 총 4억3,000여 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본격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법기 고요지 복원'과 관련한 국제 세미나를 열기로 결정됐으며 내년부터는 양산시나 정치권에서도 본격 지원을 약속하는 등 세미나를 시작으로 재단설립을 비롯한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균 사기장은 "법기 고요지의 발굴복원 당위성은 역사적 가치를 보아도 충분하다"며 "사적이나 당시의 내용으로만 보아도 우리의 도자기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이런 소중한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새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곳을 발굴하는 주요사업으로는 사금파리박물관 건립, 체험장, 사발축제, 생산했던 도자기 연관한 음식이나 차문화 개발 등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업이 실행되면 법기지역은 일본의 학계나 관광객,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기이라보'로 불리는 '양산약토사발(왼쪽)'과 법기리에서 출토된 같은 사발의 굽(오른쪽) 사금파리.(사진제공=신한균 사기장)

 #동면 법기 고요지는

 일본인들이 원했던 '주문양산사발'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적 기록으로는 정유재란이 끝나고 몇년이 흐른 1603년, 절영도(지금의 부산 영도)에 임시 왜관을 설치해 부분적 무역을 허락하고 1607년에는 조선과 일본이 본격 수교한다.

 1609년에는 기유조약을 맺어 부산포를 개항하고 본격적인 무역이 시작되며 이때 일본과의 모든 협상 담당자가 조선은 동래부사였고 일본은 대마도(쓰시마)의 종가였다.

 일본 측에서 특별히 간청하고 원했던 교역대상 품목 중의 하나가 바로 차사발로, 동래부사는 처음 자기관할구역이 아니었던 김해에서 차사발을 구워 일본에 보냈지만 점차 자기관할구역이었던 양산의 동면 법기리(옛 동래부 소속)에서 차사발을 구워 보내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으로 보냈던 차사발이 '주문양산사발'이다.

 양산 법기리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사발은 일본인들이 '이라보다완(伊羅保茶碗)'이라 부르는 사발이다.

 '이라보'라는 명칭은 일본인이 자체로 지은 이름으로, 이라보(伊羅保)란 이름이 처음 나오는 곳은 일본 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한 시가집 '만엽집(萬葉集)이다.

 이 곳에서 나오는 이라(伊羅)의 명칭은 쐐기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保)'는 이삭이 나오는 것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넒은 의미로 해석하면 거칠거칠한 이삭을 보호한다는 뜻으로, 이 사발은 거칠거칠한 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차서로서 가장 오래된 '만보전서(万寶全書)'에 의하면 "기다리는 것이 오지 않아 안달이 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나와있다.

 당시 일본 차(茶)인들이 양산약토사발을 간절하게 원했던 마음을 담아서 붙인 것으로, 일본의 옛말로 '이라이라'는 '오세요, 오세요'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신한균 사기장은 '이라보' 자체가 일본인이 지은 이름인 만큼 '주문양산사발'이라 부르고, 유약과 형태적 특성을 분석해 각각 '양산이중유사발', '양산약토사발', '양산거친아리랑굽사발' 등으로 부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차 세계에서 이 '양산약토사발'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1624~1644년 전후로 추정된다.

'구기보리이라보'라 불리는 '양산거친아리랑굽사발(왼쪽)'과 여기서 출토된 사발의 굽(오른쪽) 사금파리로 법기 고요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사발이다.(사진제공=신한균 사기장)

 양산 법기리에는 이라보만 빚은 것은 아니며 이라보가 많았다는 뜻으로,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도 볼 수 있다.

 '주문부산사발(御本茶碗)'의 사금파리도 양산 법기리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양산 법기리에서 주문사발을 빚다가 뒤에는 부산 왜관요로 이전하게 되면서 공식적으로는 '부산주문사발'을 부산 왜관요에서 빚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양산 법기리에서도 꼭 같은 것을 계속 빚었다는 뜻이다.

 법기리에는 양산거친아리랑굽사발과 형태는 거의 같지만 흙이 전혀 다른 백자계통의 사금파리도 발견되면서 백자도 빚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산 법기리에는 아주 다양하고 귀한 사발을 구웠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학술적인 것은 그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며 조사와 발굴도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일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아야 한다.

 이 지역의 가마터는 한·일간의 도자역사를 풀어주는 열쇠로, 땅속에 묻힌 사금파리는 단지 깨어진 도자기 조각이 아닌 소중한 것이다.

 이 가마터를 발굴한다면 일본인들이 그토록 아끼고 그리고 보물이 되어 있는 조선사발들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신정희요 신한균 사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