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김교상 부자(父子)의 초상화.(사진제공=경남독립운동연구소)

 양산 출신의 의병지도자로 알려진 김병희(金柄熙·1851~1908), 김교상(金敎相·1872~1908) 부자(父子)의 항일행적이 담겨있는 문건이 순국 109년 만에 발굴돼 정부에 서훈 신청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문건은 경남 하동의 재야사학자인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 소장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김병희·김교상 부자는 구한말 을사늑약(1905년) 이후 영남 동부지역에서 일제와 맞서 싸우다 순국한 인물들로, 당시 양산 출신의 만석꾼 재산을 지닌 갑부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두 부자에 관한 기록은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폭도에 관한 편책'과 허정(1896~1988, 샘터)의 '내일을 위한 증언', 양산지역 향토지 등에 활약상이 기록돼 있으나 사료가 충분치 못해 그동안 정부 서훈을 추진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건을 공개한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 소장은 LH토지주택 박물관에 소장 중인 '진중일지(1908년 일본군 보병작성)' 등에서 양산 김병희 부자가 영남 동부지역 의병장 서병희에게 군용금 5000엔(현재 50억원 상당)을 지원했다고 적시된 문건을 확인했다.

 또 영남지역에서 의병 200여 명을 규합, 양총(미제 군총)과 권총, 대구경총 등의 최신 화기로 무장하고 양산·밀양·울산·부산·경주·청도 일대에서 일제와 맞서 싸운 문건도 확인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정재산 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병희 의병장 순국 후 1908년 세운 묘비(땅속에 묻혀 있었던 비석을 묘 이장을 하면서 최근 발굴) 비문, 그리고 제적등본(김교상 사망일자 확인)과 경주김씨 족보 등에서 그의 구체적 행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교상의 구체적인 사망확인은 이번 문건을 통해 처음 확인됐으며 당시 군자금 5000엔은 당시 전국 최다 금액이라 할 수 있다.

 김씨 두 부자는 이 같은 일로 일본군에 체포돼 1908년 6월 통도사 인근에서 57세와 36세의 나이 각각 총살됐다.

 이번 서훈신청과 관련 정재상 소장은 "이번에 김병희 의병장의 후손 김중경 오경농장 회장과 엄원대 가락 양산역사문화연구소 연구실장, 이형분 수석연구원, 김규봉 양산향토사연구가, 최영자 경남독립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이 7년간에 걸친 사료수집의 노력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료수집에 힘써 온 후손인 양산 상북면 김중경 옹(84)은 "선대 할아버지가 일제와 맞서 싸우다 순국했다는 이야기는 집안 어른들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뚜렷한 행적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이번에 기록으로 인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두 할아버지의 의로운 행적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빛을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병희 의병장 비문(사진 상단)과 김교상이 서경원에게 군자금 5000엔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중일기(하단 왼쪽), 김교상이 사망했다고 적시된 제적등본.(자료제공=경남독립운동연구소)

 ◇김병희·김교상 부자(父子)는?

 =김병희(金柄熙)의 나이는 당시 57세, 김교상(金敎相)은 36세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만석꾼의 재산, 그리고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인물로, 김병희는 젊었을 때 동몽교관(童蒙敎官)인 지금의 초등학교 교사를 하며 많은 후진을 양성, 영남 동부지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인물 중에는 김병희의 제자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김병희를 따르는 지역인사가 많았으며 나라가 위기에 닥치자 의병을 모으는 격문을 자신의 아들 김교상을 통해 인근 각 군에 돌렸다.

 이를 전해들은 제자와 지인들은 선생의 뜻에 적극 동참, 구국의 대의에 목숨을 걸고 투쟁에 나섰으며 이들의 수는무려 200여 명에 이르렀다.

 김병희는 그의 부친 김재복(金載馥)이 이룬 만석지기 재산을 모두 군자금으로 쓰며 신식무기를 구입하고 포수를 고용, 사병을 양성했다.

 그리고 경남창의군에 거액의 군자금과 병력을 지원하는 등 의병들의 큰 스승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양산과 울산 등지에서 많은 활약을 한 서병희에게 군자금을 지원한 인물이 김병희이였음이 일본군이 작성한 문건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정재상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이 양산시 동면 소재 산지마을 경주 김씨 재실에 설치돼 있는 김병희 의병장 묘비(1908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경남독립운동연구소)

 그의 아들 김교상은 의병장으로 활약하며 좌삼리 서병희 의진과 합세해 영남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에 나서 일제에 큰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

 일제는 김교상 의진을 일컬어 "세력이 왕성했다", "울산 언양·양산에 출몰해 횡포가 심했다"고 할 만큼 김교상 의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며 일제를 향해 결사항전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김교상 의진은 최신 화기인 당시 양총(洋銃)으로 불리는 대한제국 군대가 사용했던 서양 신식무기인 군총과 권총(拳銃), 스나이더총(미국산), 마르티니 헨리소총(영국산), 대구경총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일본군은 김교상 의진이 언제 나타나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으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부자(父子)로 공개돼 있었다.

 일제는 1908년 6월 양산군 상북면에서 김병희·김교상 부자를 체포한 후 철사 줄로 손바닥을 뚫어 묶어 3일간 양산 저자거리로 끌고 다니다 김교상은 20일 후 상북면 대석골에서, 김병희는 이틀 후인 22일 양산 통도사 앞산에서 57세와 36세에 각각 총살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병희(건국훈장 독립장, 1990) 의병장 체포에 주력했으나 서병희는 김병희 부자 피살 직후 7월, 흩어진 의병 50여명을 모아 경남 산청의 박동의 경남창의군에 들어가 일제에 결사 항전하다 1909년 순국했다.(자료제공=경남독립운동연구소 정재상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