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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94)] '이미지 인문학-<진중권>'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양산뉴스파크 | 승인2022.01.09 23:33
 진중권 저자의 '이미지 인문학'.(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이미지 인문학'이라는 책을 한 번 보려고 한다. 저자는 이미 익히 유명한 진보학자이자 논객인 '진중권 교수'이다.

 진 교수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주요저서로 <생각의 지도>, <미학 오딧세이>, <미학에세이>, <아이콘>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책은 대체로 어렵다. 예전에 저자의 '미학 오딧세이'를 참고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약간은 현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런 편인데, 나름 쉽게 근본적인 핵심위주로 한 번 말씀드려 본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과거에는 책이 사람을 형성했다면,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 '그림에서 문자로'

 역사 이전의 인류는 자연에서 벗어난 후 다시 그것과 화해하기 위해 형상을 만들었다. 구석기인들은 풍만한 여인의 조각을 만들었고 동굴에 벽화를 그렸다.

 물론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였다. 주술적 상상력에서는 가상의 원인이 현실의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지력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점차 주술의 무용성을 깨닫는다. 이로써 인간과 세계는 서로 낯설어진다.

 이 낯섬을 극복하기 위해 문자, 숫자코드가 등장한다. 이제 인간은 형상 대신 문자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이로써 이른바 '역사'가 시작되고, 주술적 상상력은 철학적 혹은 과학적 이성에 자리를 내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력이 아니라, 문제의 가상적 해결과 현실적 해결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이다.

 역사시대의 인간들은 자연과 인과관계를 냉철하게 관찰해 발견한 원리와 법칙을 문자로 기록했다.

 하지만 전자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구텐베르크의 은하는 서서히 종언을 고한다. 이로써 인간은 오늘날 우리가 속한 이른바 '탈역사'의 시대로 접어든다.

 문자문화의 위기는 단지 문자가 영상에 밀려나는데 있는 게 아니다. 책이 인간과 세계를 매개한다는 믿음 자체가 무너진데 진정한 위기가 있다.

 한마디로 텍스트가 세계의 모상이라는 생각 자체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 '문자에서 그림으로'

 자연과학의 숫자코드 역시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세인은 천동설을 세계의 모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천동설은 참된 모상이 아니라 그저 중세인의 주관적 관념을 투사한 모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후 오랫동안 뉴턴 물리학이 세계의 모상으로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등장한 이후 뉴턴의 것 역시 하나의 모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가 지금 세계의 참된 '모상'이라 믿는 과학적 이론들 역시 언젠가는 그저 '모형'에 불과함이 드러날 것이다.

 이렇게 문자가 세계와 인간을 매개한다는 믿음이 무너지면서 세계와 인간은 다시 서로 낯설어진다.

 이 낯섬을 극복하기 위해 또다시 이미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이미지는 선사시대의 것과는 다르다.

 구석기인의 조각이 3차원의 볼륨이고 동굴벽화가 2차원의 평면이며, 문자로 쓰인 텍스트가 1차원의 선이라면, 문자이후의 이미지는 0차원의 점(비트)로 이루어진다.

 세계를 표상하는 매체는 이렇게  체->면->선->점 으로 점점 추상의 수준을 높여서 왔다.

 디지털 이미지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텍스트로 코딩한 이미지, 즉 '개념적 사유의 메타사유'이기에 실은 텍스트보다 더 추상적이다.

 이 새로운 이미지를 '기술적 형상'이라 부른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기술적 형상과 주술적 형상은 언뜻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둘은 '차원'이 다르다.

 주술적 형상이 주관적 상상에 머무르는 반면 기술적 형상은 객관적 현실로 전화하기 때문이다.

 고대인의 상상력이 주술적 상상력이라면 현대인의 상상력은 '기술적 상상력(Techno-imagination)'이 된다.

 # '파타피직스(Pataphysics)'

 파타피직스는 프랑스의 작가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1873-1907)가 제안한 새로운 분과로 '형이상학(Metaphysics)'을 패러디한 명칭이다.

 이 것은 일종의 사이비 과학, 더 정확히 말하면 고도로 지적인 농담으로서 과학을 가리킨다.

 파타피직스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디지털 세계의 존재론적 특성이자, 동시에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대중의 인지적 특성이기도 하다.

 그 것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보여주듯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일 뿐 아니라 그 혼합현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이기도 하다.

 오늘날 디지털의 기술형상은 이제 증거, 기록, 자료이기를 멈추고, 예술작품이 되어 미적환상의 영역으로 날아오른다.

 [마치며]

 역시나, 진중권의 책은 녹록하지 않다. 제 나름으로 최대한 쉽게 쓰려고 해봤지만 역시 독일에서 미학과 언어구조주의를 공부한 그에게서 나오는 용어는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92세 '지(知)의 거인' 도시마 시게히코 교수님의 독서법에 대한 내용 중 베타독서에 딱 맞는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참고로 "베타독서란 난해하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표현양식 또는 내용을 읽는 스타일인데 이에 도전함으로써 두뇌를 활동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인 내용의 흐름은 언뜻 윤곽이 드러난다. 다시 잠깐 정리하면, 선사시대의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던 주술적 행위가 문자와 이성의 시대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서 현대에서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매일매일 디지털을 통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살고 있고 게임에 빠진 사람이 여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갈 수록 가상현실은 실재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할 것이고, 우리의 삶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갈수록 무너질 것을 예상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파타피직스는 의외로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우리가 카톡이나 밴드, 라인 등에서 흔히 마주하는 이모티콘이나 캐릭터들은 문자 텍스트의 시대에서 다시 이미지의 시대로 옮겨온 것을 또한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오늘 본 책은 이미지의 시대에서 문자의 시대로, 다시 이미지의 시대로 회귀를 했다는 저자의 주장이 신선한 책이었다.

 또한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살면서도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본연의 인간적인 면을 늘 되새김해야만 가상현실과 실재현실과의 사이에서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며 길을 잃지 않고 이 시대를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연의 인간적인 면을 되새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고 그 것은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P.S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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