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봉 저자의 신간인 '요리의 정신'.(사진제공=산지니)

 양산 보광고등학교 교사로 퇴직한 박영봉 작가의 신간 '요리의 정신(출판사 산지니)'이 출간됐다.

 총 224페이지의 저서인 이 '요리의 정신'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음식과 요리문화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박영봉 작가는 국문학을 전공한 뒤 오랫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시동인 'ᄎ·말사람들'에서 활동을 시작해 시 전문계간지 '주변인과 詩', 종합문예지 '주변인과 문학' 등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앞서 조선도자기의 산 증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필명 박봉)'과 일본 현대요리의 영웅이라 불리는 기타오지 로산진을 통해 바라본 일본 요리문화의 이야기를 다룬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로산진 평전' 등을 발간했다.

 이번에 출간한 '요리의 정신'은 총 4장으로 나눠져 있으며 1장은 <'먹방' 유감 그리고 K-푸드, 김치>, 2장은 <요리, 그 너머 요리인의 자격>, 3장 <문학으로 음미하는 요리>, 4장 <로산진의 요리 정신 훑어보기>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부록에는 '일본 요리의 요점, 로산진이 신입 요리사들에게 들려주는 요리철학'과 '로산진의 마지막 제자 쓰지 요시카즈가 전하는 이야기', '요리를 담은 그릇, 그릇에 담긴 요리' 등을 담았다.

전체적인 내용에서는 요리부터 식문화까지, 요리의 세계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요리의 가치를 찾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김치, 된장 등 우수한 한국의 식재료에, 먹방과 상차림, 요리인, 문학 등 요리를 둘러싼 문화를 통해 저자는 요리는 단순히 먹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요리의 진정한 가치를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불을 사용해 식재료를 익혀 먹고, 이는 인류의 뇌 용량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의 역사에 항상 요리가 함께 했다.

 하지만 요리가 단순히 생명유지나 잠깐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식재료와 정성을 들인 농부의 시간, 도예가의 그릇 등도 모두 요리로 귀결되며 요리는 결정체이자 종합체라 설명한다.

 요리에는 정신이 깃들고 우리의 요리가 세계인들을 즐겁게 만들고, 요리의 정신은 결국 궁극의 세계를 추구하는 마음이자 손님을 향한 절대적 집중,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또 이 책에서는 세계인의 통용어이자 문화가 된 'K-먹방'에 대해 음식을 대하는 기본적 자세가 결여되어 있음을 우려하며 요리의 질과 미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듯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자신만의 요리세계를 추구한 요리인들' 편에서는 로산진과 방랑식객으로 알려진 故 임지호 요리사의 요리정신에 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요리의 정신'은 여러 문학 속에서 등장하는 요리에 대해 찾아보며 음미하는 등 요리에 대한 다양한 문학적 연계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박영봉 작가는 "기타오지 로산진이 남긴 말 중에 <미식이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떤 것이 맛있는지 두리번 거리지 말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 지를 구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이 말은 요리가 한 끼니를 해결하는 행위를 넘어선 그 무엇인가, 바로 요리의 정신, 철학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는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에게 음식은 미묘한 존재로, 상황에 따라 단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때론 지고한 즐거움이기도 하다"며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요리는 예술을 지향하기까지에 이르렀으며 그래서 예술로써 요리를 이 책에서 다뤄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