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강희근 명예교수.(사진제공=경상국립대학교)

 [양산뉴스파크=남성봉 기자]=국문학자이자 시인으로 알려진 경상국립대학교 강희근 명예교수의 18번 째 시집 '파주기행(황금알 출판)'이 출간돼 관심을 모우고 있다.

 총 4부로 나눠 128쪽에 이르는 이번 시집은 강 교수 부인의 병고와 요양 중에 쓴 몇 편의 시와 파주일대의 기행, 시대적인 인물들과의 인터뷰, 유튜브 '어른 김장하'에 관한 성찰의 시 등을 담고 있다.

 현재 노령사회가 지니는 특징적인 시편들인 체험, 견문, 위로, 죽음성찰 등 팔순에 이른 시적현실을 과감히 개방하며 시사적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집에는 '진주' 연작 5편과 박경리, 김춘수, 윤동주, 이상, 이경순, 백석, 이승훈 등 시사적 이름을 얻은 시인들에 대한 시론적 평가와 교감도 실어 노숙한 시편들로 평가받은 의미있는 시작자료들을 접할 수 있는 체험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또 시집 3부에 담고 있는 '타르수스의 아이들'을 통해 튀르키예 어린이들이 '강남스타일'로 한국 관광객을 환영하는 국제간 교환의 시편들도 주목할 수 있다.

 여기에 시인의 근황과 요양 중인 아내이야기를 개방하는 등 '시'라는 장르가 꺼리낌 없이 편히 가 닿을 수 있는 방향의 다양한 시편들로 구성, 독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강희근 교수는 1943년 경남 산청 화계리 벌말 출생으로, 진주고,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동아대 대학원 수료(문학박사), 1965년 대학 재학중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당선(1966년 공보부 신인예술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신춘시(新春詩), 흙과 바람, 진단시(震檀詩), 화전시(火田詩)의 동인이다.

 강 교수는 조정래 작가와는 대학동기이고 서정주 시인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다.

 시집과 시선집으로는 '리디아에게로 가는 길', '연기 및 일기 풍경보 山에가서', '시선집 사랑祭', '사랑祭 이후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등 20여 권이 있으며 저서로는 '시 읽기의 행복', 시 짓는 법 우리 시문학 연구', '한국 가톨릭 시 연구(공저)' 등 14권이, 시극으로는 '순교자의 딸 유섬이(가톨릭 마산교구 기획)' 등이 있다.

 수상으로는 제5회 공보부 신인 예술상(1966), 경상남도 문화상(1974), 조연현 문학상(1995), 경남문학상(1998)을 포함, 펜문학상, 김삿갓문학상, 고흥군송수권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인문대학장, 대학평의회의장,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월간문학 편집인, 배달말학회장, 진주문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장 등 역임하고, 제78차 베오그라드 국제펜대회 한국대표로도 참가하기도 했다.(일부 자료참조=진주문인협회)

 현재 강희근 교수의 '파주기행'은 전국적으로 신간 시집코너에서 주문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쇄도하는 등 초노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시대징표를 '노령시학'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학분야 외연확대라는 관심을 이끌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강희근 명예교수의 시집 '파주기행' 표지 모습.(사진제공=경상국립대학교)

 강 교수의 시편 중 '진주 4-에나(진주방언: 참말 또는 참말이냐?)'의 내용을 한 편 보면 다음과 같다.

말은 얼굴이다 도시이다
 
한때는 진주성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논개가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풀잎 농민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비단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다락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저울, 형평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신문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다리가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학교 학생이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돌아오는 긴 열차가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예술제가 얼굴이고 도시였다
한때는 도시, 혁신도시가 얼굴이고 도시였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슨 얼굴 무슨 이름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이번 시집과 관련 문학계에서는 "시는 현장으로, 거기에 바람이 지나가고 물결이 치고 눈비가 내린다. 시는 쓸 때의 서정이고 쓸 때의 형식이므로, 가로지르는 경우의 수를 다 거머쥐고 갈 수가 없다"며 "이론에는 이론가의 오기가 있고, 시인에게는 그만이 이행하는 현장적 몸부림이 있는데 오기와 몸부림의 거리를 인정하자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고 전했다.

 또 "시인은 서정과 반서정의 통합을 기치로 '풍경보'라는 지점을 정하고 부단히 시를 써왔지만, 그 사이 풍경과 사물이 정물처럼 놓여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역사, 때로는 사랑의 현장이 되기도 하면서 굴절과 경계의 선을 넘나들었다"며 "시집 '파주기행'의 시편들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산문의 제목을 '서정과 포괄의 시학'으로 전개하며 운신의 폭을 넓혀 놓은 것이다"고 평론했다.

 강희근 교수는 "이해가 되는 분들은 지긋이 웃어주시면 좋겠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