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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330)] '백년을 살아보니'-<김형석>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양산뉴스파크 | 승인2024.04.14 20:12
 김형석 저자의 '백년을 살아보니'.(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올해 104세를 맞는 노학자의 글을 한 번 보려고 한다. 저자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上智)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길렀고,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104세의 나이에도 활발한 저서활동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예수',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등이 있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행복이란'

 우리가 행복을 이야기할 때는 삶의 일상적이며 정상적인 내용과 연결되는 행복을 뜻한다.

 많은 사람들은 물질적이며 가시적인 것을 소유함으로써 주어지는 만족감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것은 인간본연의 욕구에 속하는 것들이다. 어린애들이 마음에 드는 인형을 얻었을 때의 즐거움과 유사하다.

 또 적지않은 사람들이 정치로 대표되는 권력을 소유하기를 원한다. 지배하고 싶은 본능, 강자가 되려는 의욕, 야망을 채우고 싶은 삶의 욕망들이다. 그런 것을 소유했을 때는 만족과 즐거움을 누리며 우리는 그 것을 행복이라고 여긴다. 명예욕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소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실했을 때는 고통과 불행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사람은 소유의 노예가 되어 정신적 행복은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진리같이 전해지고 있다.

# '젊어서는 용기, 늙어서는 지혜'

 흔히 들어온 이야기가 있다. 젊었을 때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장년기에는 신념이 있어야 하나, 늙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삶의 활력이 넘쳐나는 시기로 용기가 없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용이나 자제해야 할 욕망을 위한 용기는 진정한 용기가 아니다. 선한 의지와 고상한 목표를 위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인생에 있어 장년기는 가장 오랜 세월을 차지한다. 30에서 60까지는 장년기에 속한다고 보아 좋을 것이다. 자신의 일과 더불어 성장하는 시기이며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평가받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 긴 시간 동안에는 어떤 신념이 있어야 한다. 무엇이 선이고 악이라는 윤리적 신념도 필요하다.

 그러다가 장년을 끝내게 되면 대개의 경우 일터의 일선에서는 물러나게 된다. 늙으면 주어진 일을 열정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인간적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 '계속 배우고 공부하기'

 그렇다면 노년기에 필요한 지혜란 어떤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지식을 넓혀가는 일이다.

 70대에 갖고 있던 지식을 접거나 축소하지 말고 필요한 지식을 유지하거나 넓혀가는 일이다. 나 같은 사람은 강연이나 이야기를 하는 일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내가 연세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은 1953년이었다. 시간강사로 시작을 하였고 31년 후에 정년 퇴임하고도 특수 대학원이나 행사에서 강의나 강연을 했다.

 그렇게 보면 63년간을 계속한 셈이다. 물론 건강이 유지되었고 여건이 채워진 때문이기도 하다.

#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육체적으로는 40대가 되면 성인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늙는다고 생각하지만,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노력만 한다면 75세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1961년에 미국에 갔을 때 미국 백인교수들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모두 믿고 있었다.

# "선생님, 제 큰 절을 받으세요"

 2015년 가을이었다. 45회 중앙 졸업생 중의 한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에 살던 방 군이 서울에 오는데, 동기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약속한 시간에 63 빌딩 양식당으로 갔다. 방 군을 포함하여 9명이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80세 전후의 옛날 제자들이었다. 이름이 기억나는 이도 있고 얼굴이 기억에 남는 제자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나도 동창의 한 사람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모두 늙어 있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방 군이 입을 열었다. 방 군은 일찍 미국에 건너가 의사로 일하다가 정년으로 퇴직을 하였다.

 방 군은 625 전쟁기간에 졸업생이었다. "제가 미국에서 우연히 TV를 보다가 선생님께서 건재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더 세월이 지나기 전에 뵈옵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베풀어주신 말씀과 사랑에 감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때 토요일 오후마다 들려주시던 말씀을 못 들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늙으시기 전에 큰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카펫 위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자리를 함께 한 다른 친구들도 같이 엎드렸다. 서빙을 하기 위해 들어섰던 직원들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 것이 사제간의 사랑이다. 나는 제자들에게 해준 일이 없었다. 그저 저 제자들이 자라 모두 행복해지고 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는 일꾼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뿐이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자기를 위하게 되어 있지 않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도 더 사랑하고 싶어 지는 법이다.

#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다'

 2011년 한림대학교에서 일송(一松)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 수상 소감에서 한 말이다.

 "제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90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면서도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다시 한번 교단에 설 수 있다면 정성껏 제자들을 위하고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은 저와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새 출발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것이 제 나이가 되면 여러분의 인생을 행복과 영광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믿고 감사드립니다".

[마치며]

 이번 이야기는 100세를 넘긴 노학자의 책을 보았다. 저자는 정말 한 세기를 살아온 대한민국의 산 증인이었다.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서울에서 고교 교사를 거쳐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우리나라 철학계의 1세대라 불린다.

 그의 글을 보자면, 차분히 한 인생을 교육자로 학자로 헌신하였고, 수 많은 제자들의 사랑을 아직도 받고 있는 큰 어른이었다.

 80세가 넘은 제자들이 함께 모여 큰절을 올리는 장면은 참으로 흐뭇하고 뭉클하다.

 아직도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저자는 배우고 성장하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늙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조로하여 50~60에 성장을 멈추어 버린 사람들에게 그는 새로운 일깨움을 주고 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라는 고백은 참 가슴에 와 닿는다. 제자들을 위한 헌신, 지병이 있는 아내를 위한 병수발 등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의학이 발달하고 건강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점차 백세사회가 오리라 예상이 되는 이 시점에 백세를 넘게 살아오신 스승의 말씀은 한 줄기 빛처럼 이 사회에 비치리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CA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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