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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268)]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스콧 F·파커 마이클 외>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양산뉴스파크 | 승인2023.09.10 18:51
 스콧 F·파커 마이클 외 저자의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커피홀릭 철학자와 커피전문가 21인이 커피와 철학을 함께 연관지어 논하고 있는 책이다.

 얼핏 보면 커피와 철학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스타벅스를 위시한 수 많은 커피전문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철학을 생각하며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

 하지만 저자들은 매년 전 세계에서 5,000억잔 이상 소비되는 가장 대중적인 이 음료가 철학적인 토론의 대상이 될 자격이 충분하고 또한 철학적이라고 말한다.

 그 중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함께 커피를 논한 글을 한 번 보겠다. 저자는 로리 켈러허(Lori Keleher)로 미국 뉴멕시코 주립대학교의 철학과 교수이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커피와 좋은 삶(커피콩과 중용)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철학적 품성을 갖춘 커피 애호가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확실히 그렇다. 커피 애호가로서 우리는 커피와 좋은 삶이 서로 깊은 관련이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좋은 삶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은 이런 의문을 풀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커피를 마셔본 적도 없고 따라서 커피에 대한 글을 남긴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삶에 대한 그의 견해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을 연구하여 논문을 쓴 서양 최초의 철학자였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이 주제에 대한 가장 완벽하고 널리 읽히는 논문이다.

 그는 좋은 삶을 이해하기란 순전히 학문적인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

 우리가 좋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삶을 이해하려고 연구하는 가운데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의 현실적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종류의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해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좋은 삶이란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이 '행복한(eudaimon)삶'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는 그리스어는 대개 행복을 뜻한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즐거운 정신상태롤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갓 간 원두의 향기를 처음 마셨을 때 느끼는 정신상태 같은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그 것을 경험한 당사자를 빼고는 아무도 접근하거나 경험할 수 없어서 매우 사적이다.

 어떤 사람은 마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이 가장 큰 목표인 양 행동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버는 것이 행복한 삶을 심하게 훼손한다고 하면서 즉각 거부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좋은 삶으로 인정하지 않는 또 다른 삶은 향락을 즐기는 삶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쾌락이 충만한 삶을 열망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쾌락만 쫓는 삶은 욕망의 노예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 중용

 좋은 삶이란 '덕에 따라 이성적 활동을 하며' 인생을 보내는 것일 것이다.

 이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윤리적으로 고결하다는 것(다시 말해 담대하고, 관대하고, 신실하다는 것)이고 좋은 품성이나 기질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고결해질 잠재성을 지니고 태어나지만, 이 잠재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려서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좋은 습관을 익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성숙해지면 프로네시스(phronesis)라는 지적인 덕을 갖추어야 한다. 

 프로네시스는 기본 덕목 가운데 하나인, 절제, 실천적 지혜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기본 덕목이란 다른 덕목들의 바탕이 되는 덕목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윤리적 상황에 처하면 늘 그에 맞게 취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은 '부족함과 지나침'이라는 두 가지 잘못된 극단사이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용기는 비겁과 경솔의 중간이다. 절제는 냉담과 방종의 중간이다. 관용은 인색과 무절제의 중간이다.

 우리가 덕이 있게 행동하면 할 수록, 우리는 더욱 더 탁월해지고 덕있는 사람이 된다. 이 것은 말 그대로 선순환이다. 반면에 우리가 나쁜 습관에 물들어 늘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능력을 잃고 부도덕해진다.

 중용은 수학에서 말하는 평균과 같은 실증적 대상이나 획일화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중용은 개인마다, 또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다.

 예컨대 캐서린과 서맨사를 본다면, 둘 다 커피를 즐겨 마시며 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캐서린은 하루에 커피를 예닐곱 잔 마시는 반면, 서맨사는 하루에 2잔 밖에 안 마신다.

 이 두 명은 저마다 실천적 지혜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와 그날의 계획 등을 고려해서 커피를 마시고 자기가 처한 특수한 개별상황을 평가한다.

 덕을 갖추려면 실천적 지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맞는 중용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이성적 활동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더 번창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따라서 진정한 덕이 있는 활동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덕이 있는 사람은 덕에 따른 이성적 활동이 몸에 밴 동시에 즐겁다. 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 커피콩

 좋은 삶이 무엇인지 이해했다면, 이제 첫째, 좋은 삶을 정의하는 이러한 논리를 통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둘째,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해 이해를 통해서 좋은 삶에 대한 우리의 논리를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따져볼 차례다.

 좋은 삶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커피애호가들에게 몇 가지 아주 좋은 조언을 제공한다. 커피를 가장 잘 마시는 비결은 '적당히 마시는 것'이다.

 올바른 감정상태에서 올바른 이유에 따라 올바른 방식으로 커피를 마시듯 일생동안 늘 적극적으로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들은 커피와 관련해서 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덕이 있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실 때 중용을 지킨다. 그는 지나치게 커피의 향기와 맛에 집착하지 않고, 커피가 남아 있다고 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지 않는다.

 그는 자기에게 이로운 만큼만 커피를 마신다. 그는 커피 마시는 자체를 즐긴다. 단순히 커피 마시는 것이 유행이라서, 또는 카페인 흡입을 통해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마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마심으로써 느낄 수 있는 자극적 감각을 즐길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덕이 있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따뜻한 잔을 손으로 감싸들고 생생한 원두향내를 맡으며 따스한 커피 한 모금 마신 다음 부드럽게 입안 가득 진하게 번지는 향미를 맛보면서 이 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늘날, 혹은 커피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글을 쓰고 있다면, 커피는 덕이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한 '적절한 준비' 목록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덕에 따라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침에 커피 한 잔하고 나면 훨씬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마무리 하겠다.

[마치며]

 커피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한 번 보았다. 기원전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통해 현대의 커피문화를 되짚어 보고 있다. 

 저자는 마치 동양의 철학자처럼 '중용'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즉 커피 마심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이야기한다.

 덕을 갖추고 실천적 지혜를 행하는 사람은 '도'를 이룬 '성인'과 같아 보인다.

 따뜻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싼 후 향을 들이마시고 한 모금씩 마시면서 맛을 음미해야 한다는 표현은, 와인을 마실 때나, 다도에서 차를 마시는 동작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도에서도 차의 생리적 기능작용 뿐 아니라, 그 행위의 도를 통해서 마음의 안정과 유익을 구한다.

 요즈음은 바야흐로 커피의 전성시대이다. 거리를 보면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커피전문점이 있다. 경쟁적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늘어났고 스타벅스처럼 세계적 브랜드도 있거니와, 동네 구석구석에 바리스타 혼자서 꾸려가는 조그만 커피 전문점도 많다.

 오늘 저자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적인 다도처럼 커피의 음용에 대한 도를 말하며 중용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연결시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덕에 따른 이성적 활동이 몸에 밴 동시에 즐겁다. 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 중 가슴에 닿는 글을 옮겨보았다. 늘 보편타당하고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덕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일상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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